친환경 자연장

친환경 자연장이 필요한 시대, 환경을 생각하는 장례

dmstlr 2025. 6. 28. 07:02

지금 우리는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같은 중대한 환경 문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일회용품 줄이기, 친환경 제품 사용, 전기차 이용처럼 일상에서 지속 가능한 선택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죽음 이후의 방식’이다.

환경을 생학하는 친환경 자연장

전통적인 매장과 화장은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매장은 땅을 점유하고 생태계를 훼손하며, 화장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이제는 죽음조차 환경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할 시기다.

바로 그 해답이 친환경 자연장이다.
이 글에서는 왜 지금 이 시대에 친환경 자연장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장례 방식이 환경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기존 장례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1. 매장의 환경 부담

일반적인 매장 방식은 시신을 관에 넣어 땅에 묻고, 그 위에 봉분과 묘비를 세운다.
이때 사용되는 자재(콘크리트, 대리석, 철, 플라스틱 등)는 자연에 분해되지 않고 오랜 시간 남는다.
또한 묘지 조성을 위한 산림 훼손은 생태계 단절과 토양 오염의 원인이 된다.

묘지를 유지하기 위한 벌초, 제초제 사용 역시 환경에 부담을 준다. 특히 산지에 형성된 묘지는 산사태 위험을 증가시키고, 주변 동식물의 생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2. 화장의 환경 문제

화장은 기존 매장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여겨졌지만,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화장로를 가동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며,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배출된다.

또한 화장 후 유골을 담는 유골함도 대부분 도자기나 금속으로 제작되어,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매립 시 환경에 잔존하게 된다.

 

친환경 자연장이란 무엇인가?

친환경 자연장은 화장 후 유골을 생분해 가능한 유골함에 담아,
숲이나 잔디밭, 야생화 단지 등 자연 속에 안치하는 장례 방식이다.
묘비나 구조물을 남기지 않고, 유골이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방식은 단지 환경을 위한 실천을 넘어서,
삶과 죽음이 자연 속에서 순환되는 생명 철학을 담고 있는 장례 형태로 평가된다.

 

친환경 자연장이 환경에 긍정적인 이유

탄소 배출 최소화

친환경 자연장은 기본적으로 화장을 전제로 하지만,
그 이후 절차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구조물 설치 없이 자연 그대로 유골을 묻는다.
이에 따라 전체 장례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이 최소화된다.

생태계 복원 기여

일부 자연장지는 국립공원, 생태보존지역 내에 조성되며,
유골을 안치한 후 잔디나 야생화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생태계 유지에 기여한다.
이는 단순히 피해를 줄이는 것을 넘어, 자연을 되살리는 장례 방식이기도 하다.

쓰레기·오염물 최소화

생분해 유골함 사용, 비석·관·플라스틱 구조물 미사용 등으로
장례 후 발생하는 쓰레기와 환경 잔존물질이 거의 없다.
이는 장례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자연 보호 효과를 가져온다.

 

국내외 친환경 자연장 사례

한국 – 국립수목장림 운영

산림청이 운영하는 국립수목장림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친환경 자연장 사례다.
고인의 유골은 숲속에 안치되며, 별도의 비석 없이 나무와 식물만이 묘표 역할을 한다.
관리비가 없고, 가족들이 산책하듯 방문해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해외 – 영국, 스웨덴, 독일 등

영국은 1990년대부터 그린 버리얼(Green Burial) 개념을 도입해,
풀밭이나 숲에 시신을 생분해 재질로 안장하는 친환경 장례 문화를 활성화하고 있다.
스웨덴과 독일도 생태묘지법 등을 통해 친환경 자연장을 제도화했으며,
생명 존중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천하는 모델로 자리잡았다.

 

친환경 자연장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유행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에 친환경 자연장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새롭고 색다른 방식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1. 기후 위기 대응이 전 인류의 과제인 시대이기 때문
  2. 기존 장례 방식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
  3. 죽음조차도 환경과 생명을 배려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

이러한 인식은 단순히 개인의 철학이 아니라,
공공 정책, 제도, 문화의 흐름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산림청과 각 지자체는 친환경 자연장을 장려하기 위한 시설 확충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친환경 자연장을 고려할 때의 선택 기준

친환경 자연장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적합한 방식은 아니다.
실제로 이 방식을 선택하기 전에는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정서적, 현실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기준이 있다면 친환경 자연장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1. 고인의 철학과 신념 존중

고인이 평소 자연이나 생태에 대한 관심이 많았거나,
죽음 이후에도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면
그 뜻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친환경 자연장이다.

2. 가족의 합의와 정서적 수용 가능성

묘비나 봉분이 없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족들이 고인을 물리적으로 기념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에 대해
정서적 동의가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장례 비용과 유지 부담 고려

친환경 자연장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장례를 마칠 수 있고,
묘지 관리나 벌초 등 유지비가 전혀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실제 사례: 자연 속으로 떠난 어머니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박 씨는 최근 어머니의 장례를
국립수목장림을 통한 친환경 자연장으로 진행했다.

“어머니는 늘 조용하고 단정한 분이셨어요.
본인이 떠날 자리를 미리 예약해두셨고, 우리가 그 뜻을 지켜드렸죠.”

박 씨는 처음에는 묘비도, 봉분도 없는 장례가 낯설었지만
실제로 숲속에서 장례를 진행해 보니 오히려 더 평화롭고 정돈된 이별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정해진 나무 아래 어머니가 계신다는 사실만으로 위로가 되었어요.
벌초하러 가지 않아도 되고, 숲에 들를 때마다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떠올리게 돼요.”

이처럼 친환경 자연장은 ‘보여지는 형식’보다 ‘마음에 남는 기억’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과 위로를 남겨줄 수 있는 방식이다.

 

시대 흐름 속에서 자리 잡는 친환경 자연장

기후위기 대응, 자원 순환, 미니멀 라이프,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구조와 문화 전반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장례 문화도 점점 간소화되고 있으며,
‘보여주는 장례’보다는 ‘가치 중심의 장례’로 전환되고 있다.

친환경 자연장은 바로 이 전환의 중심에 있다.

  • 환경을 해치지 않는 장례
  • 후손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는 구조
  • 죽음을 통해 삶의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
  • 자연과 다시 하나가 되는 순환적 사고

이러한 가치를 담고 있는 장례 방식은 앞으로도 꾸준히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이미 많은 지자체가 자연장지 조성 예산을 확대하고,
정부도 관련 제도 정비를 지속하고 있다.

 

결론: 죽음을 통해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실천

친환경 자연장이 필요한 시대, 환경을 생각하는 장례라는 주제는 단지 트렌드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제 죽음의 방식까지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친환경 자연장은 그 어떤 장례보다도 조용하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삶을 존중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미래를 배려하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가 살아온 방식대로, 떠나는 순간까지 지구와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존엄한 이별’ 아닐까?